-1939 년 AI 및 로봇 연구 동향
1. 서론: 기계적 지성을 향한 탐구의 서막
1930년대는 인공지능(AI)과 로봇 공학의 역사에서 구체적인 기술적 산물이 대거 등장한 시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 시기는 훗날 디지털 혁명을 가능하게 할 가장 근본적인 이론적 토대가 마련된 ’지적 여명기’로 기록된다. 기계가 인간의 지적 활동을 모방할 수 있다는 상상이 철학적 사유의 단계를 넘어 수학적, 공학적 탐구의 대상으로 전환된 결정적 시기였다. 이 변혁의 중심에는 ’계산’과 ’논리’의 본질을 파헤친 세 명의 천재—쿠르트 괴델, 앨런 튜링, 클로드 섀넌—가 있었다. 그들의 연구는 겉보기에는 서로 무관한 수학, 논리학, 전기 공학의 영역에 속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기계적 지성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규정하는 거대한 지적 구조물을 구축했다. 본 보고서는 1930년대에 발표된 이 세 가지 핵심적인 이론적 성과와 더불어, 당시 기술력의 정점이자 대중적 상상력의 결정체였던 로봇 ’일렉트로’를 분석함으로써, AI와 로봇 공학의 이론적 기원을 심층적으로 탐구하고자 한다.
1.1 ‘로봇’ 개념의 탄생과 시대적 배경
AI와 로봇을 논하기에 앞서, 그 핵심 주체인 ’로봇’이라는 용어 자체의 기원을 살펴보는 것은 필수적이다. 이 단어는 기술적 필요가 아닌, 문학적 상상력 속에서 탄생했다.1 1920년, 체코의 작가 카렐 차페크(Karel Čapek)는 그의 희곡 *R.U.R. (Rossum’s Universal Robots)*을 통해 ’로봇’이라는 단어를 세상에 처음 선보였다.2 흥미롭게도 이 단어의 창시자는 카렐 자신이 아니라, 그의 형이자 화가였던 요제프 차페크(Josef Čapek)였다. 카렐은 본래 인공 노동자를 라틴어 ’노동(labor)’에서 파생된 ’라보리(laboři)’로 부르려 했으나, 어감이 마음에 들지 않아 형에게 조언을 구했고, 요제프가 ’로보티(roboti)’를 제안했던 것이다.2
이 단어의 어원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서사를 담고 있다. ’로봇’의 어근인 체코어 ’robota’는 ‘강제 노동’ 또는 중세 시대 농노가 영주에게 바치던 ’부역’을 의미하며, 더 깊은 슬라브어 어근 ’rab’은 ’노예’를 뜻한다.1 따라서 ’로봇’이라는 단어는 탄생부터 중립적인 기술 용어가 아니라, 피지배 계급의 고된 노동과 예속이라는 사회적, 정치적 함의를 내포하고 있었다. 이러한 어원적 배경은 초기 로봇 서사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차페크의 희곡 *R.U.R.*의 줄거리 자체가 인간의 편의를 위해 창조된 로봇들이 감정을 갖게 되면서 자신들의 처지를 비관하고, 결국 창조주인 인간에게 반란을 일으켜 인류를 절멸시키는 비극을 다룬다.6 이는 ’로봇’이라는 이름에 내재된 ’노예’와 ’강제 노동’의 의미가 ’반란’이라는 서사로 자연스럽게 귀결되었음을 보여준다. 단어의 선택이 단순한 명명을 넘어, 창조주와 피조물 간의 관계를 본질적인 갈등 구조로 규정해 버린 것이다. 이 초기 프레임은 이후 아이작 아시모프의 로봇 3원칙과 같은 안전장치에 대한 강박으로 이어졌고, 오늘날 AI 윤리 논쟁에 이르기까지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AI와 로봇에 대한 담론을 지배해왔다.
*R.U.R.*은 1921년 프라하에서 초연된 이후 엄청난 성공을 거두었고, 1923년까지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며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3 이 과정에서 ’로봇’이라는 단어는 자동기계(automaton)나 인조인간(android)과 같은 기존 용어를 대체하며 국제적인 표준 용어로 자리 잡았다.7 1920년대 말에 이르러 옥스퍼드 영어사전은 ’로봇’을 “복잡한 일련의 작업을 자동으로 수행할 수 있는 기계“로 정의하기에 이르렀다.3
1.2 년대 초의 지적 지형: 힐베르트의 프로그램
1930년대의 지적 혁명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수학계를 지배했던 거대한 흐름, 즉 다비트 힐베르트(David Hilbert)의 프로그램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20세기 초, 힐베르트는 수학이라는 학문 전체를 하나의 완벽하고 견고한 형식 체계 위에 올려놓으려는 야심 찬 계획을 추진했다.8 그의 프로그램은 세 가지 핵심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첫째, 수학의 완전성(completeness), 즉 모든 수학적 명제는 주어진 공리계 내에서 증명되거나 혹은 반증될 수 있어야 한다는 믿음이다.10 둘째, 수학의 무모순성(consistency), 즉 공리계로부터 모순(하나의 명제가 참인 동시에 거짓인 상황)이 도출될 수 없음을 증명하는 것이다.8 셋째, 수학의 결정가능성(decidability), 즉 어떤 수학적 명제가 주어졌을 때, 그것이 그 체계 내에서 증명 가능한지 아닌지를 유한한 단계의 ’기계적 절차’를 통해 판별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9
힐베르트의 프로그램은 수학적 진리의 모든 영역이 인간의 이성에 의해 완벽하게 파악되고 정복될 수 있다는 강력한 낙관론에 기반하고 있었다.10 이는 곧 ’생각하는 기계’의 가능성에 대한 철학적 배경이 되기도 했다. 만약 수학적 추론이 완벽하게 형식화될 수 있고, 모든 증명 과정이 기계적 절차로 환원될 수 있다면, 원리적으로 기계가 수학자처럼 ’생각’하지 못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바로 이 견고해 보였던 낙관주의의 성벽에 균열을 내고 마침내 무너뜨린 것이 1930년대에 등장한 괴델과 튜링의 혁명적 연구였다.
2. 형식 체계의 한계와 그 너머: 쿠르트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 (1931)
1930년대 지성사의 포문을 연 사건은 수학과 논리학의 근간을 뒤흔든 충격적인 발견이었다. 이는 인공지능의 꿈, 즉 완벽하게 합리적이고 논리적인 기계 지성의 구현 가능성에 대한 최초의 심오한 이론적 한계를 설정한 사건이기도 했다.
2.1 불완전성 정리의 발표와 그 충격
1931년, 불과 25세의 오스트리아 논리학자 쿠르트 괴델(Kurt Gödel)은 “Über formal unentscheidbare Sätze der Principia Mathematica und verwandter Systeme” (“프린키피아 마테마티카와 관련 체계들에서의 형식적으로 결정 불가능한 명제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8 이 논문은 20세기 논리학과 수학기초론의 흐름을 완전히 바꾸어 놓은 전환점으로 평가받는다.12
괴델의 정리가 가져온 충격은 당시 수학계를 지배하던 힐베르트의 신념을 정면으로 반박했기 때문이었다. 수학자들은 오랫동안 자신들의 학문이 ’완전하다’고 믿어왔다. 즉, 어떤 명확하게 기술된 수학적 질문이든, 원칙적으로 그 해답(증명 또는 반증)은 반드시 존재하며 시간과 노력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했다.10 괴델은 이 믿음이 틀렸음을, 즉 수학에는 본질적인 한계가 내재되어 있음을 엄밀하게 증명했다.10 그의 정리는 모든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완벽한 공리 체계를 만들려는 시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함을 선언한 것이었다.
2.2 제1 불완전성 정리: 증명 불가능한 진실
괴델의 첫 번째 불완전성 정리는 다음과 같이 요약될 수 있다.
정의: 자연수의 산술을 포함할 만큼 충분히 복잡하고, 무모순적인(consistent) 어떤 형식 체계(
F)라도, 그 체계 안에서는 참이지만 증명될 수는 없는 명제가 반드시 존재한다. 즉, 그 명제는F안에서 증명될 수도, 반증될 수도 없다.14
이 정리의 증명 과정은 ’자기 참조(self-reference)’라는 기법을 정교하게 사용한 데에 그 독창성이 있다. 괴델은 주어진 형식 체계 F의 언어를 사용하여 다음과 같은 의미를 갖는 명제, 이른바 **‘괴델 문장(Gödel Sentence)’ G**를 구성했다.10
G = “이 문장 G는 형식 체계
F내에서 증명될 수 없다.”
이 문장 G의 진리값을 따져보면 놀라운 결론에 도달한다.
- 가정 1: 만약 G가 체계 F 안에서 증명 가능하다면?
이 경우, G가 주장하는 내용(“G는 증명될 수 없다”)은 거짓이 된다. 즉, 체계 F는 거짓인 명제를 증명한 셈이 되므로, 체계 F는 모순적(inconsistent)이다.14
- 가정 2: 만약 G의 부정이 체계 F 안에서 증명 가능하다면?
G의 부정은 “G는 F 안에서 증명될 수 있다“는 의미가 된다. 그런데 만약 체계 F가 무모순적이라면, 거짓인 명제를 증명할 수 없으므로 G의 부정이 증명되었다는 것은 G가 실제로 증명 가능하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는 다시 가정 1의 모순으로 이어진다.10
따라서, 체계 F가 모순이 없다고 가정하는 한, G와 G의 부정 모두 F 안에서 증명될 수 없다. 그런데 G가 주장하는 내용(“G는 증명될 수 없다”)은 바로 이 결론과 일치한다. 결과적으로 문장 G는 참이지만, 그 체계 F 안에서는 증명할 수 없는 명제가 된다.
이것이 바로 형식 체계에 기반한 모든 논리적 추론의 근본적인 한계다. 이는 초기 인공지능 연구의 주류였던 ‘기호주의 AI(GOFAI)’ 패러다임에 깊은 함의를 던진다. 기호주의 AI는 지능을 본질적으로 기호 조작과 논리적 추론으로 간주하며, 전문가 시스템처럼 정해진 공리와 규칙에 따라 작동하는 형식 체계로 볼 수 있다. 괴델의 정리에 따르면, 이러한 AI는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지더라도 자신이 사용하는 형식 체계 내에서는 증명할 수 없는 진실과 마주칠 수밖에 없다. 즉, 그 AI의 ’지식’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하다.
더 나아가, 이는 인간 지능과 기계 지능의 본질적인 차이에 대한 오랜 논쟁의 씨앗을 뿌렸다. 인간 수학자는 형식 체계 F의 ’외부’로 나와, 괴델 문장 G를 바라보고 그것이 참임을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다. 이 ‘메타적 추론(meta-reasoning)’ 능력은 인간의 의식이나 지능이 단일한 고정된 형식 체계에 갇혀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이는 기계가 인간 지능을 완벽히 복제할 수 없다는 주장의 강력한 논거가 되었으며, 인공지능 철학의 핵심적인 질문으로 남아있다.
2.3 제2 불완전성 정리: 스스로를 증명할 수 없는 체계
제1 정리로부터 자연스럽게 도출되는 두 번째 불완전성 정리는 힐베르트 프로그램에 더욱 직접적인 타격을 가했다.
정의: 자연수의 산술을 포함하는 무모순적인 형식 체계는, 그 체계 자신의 무모순성을 스스로의 방법으로는 증명할 수 없다.8
이는 “이 체계는 무모순적이다“라는 명제 역시 그 체계 내에서는 증명 불가능한 또 하나의 참인 명제가 됨을 의미한다. 힐베르트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수학 체계의 안전성, 즉 무모순성을 그 체계 자체의 ‘유한한(finitistic)’ 방법 내에서,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하는 것이었다.8 그러나 괴델의 제2 정리는 이러한 내부적 자기-증명 시도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함을 보임으로써 힐베르트의 꿈을 결정적으로 좌절시켰다. 수학은 자신의 완전함은 물론, 자신의 건강함(무모순성)조차 스스로 보장할 수 없는 체계임이 드러난 것이다.
결론적으로,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는 논리와 계산의 세계에 영원히 존재하는 ’알 수 없는 영역’이 있음을 수학적으로 입증했다. 이는 모든 것을 계산하고 모든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전지전능한 기계의 꿈에 대한 최초의, 그리고 가장 근본적인 경고였다.
3. 계산 가능성의 보편적 모델: 앨런 튜링의 계산 기계 (1936)
괴델이 형식 체계의 근본적인 ’한계’를 드러냈다면, 5년 뒤 영국의 젊은 수학자 앨런 튜링은 그 한계 내에서 ’가능한 모든 것’을 할 수 있는 보편적 기계의 개념을 제시했다. 그의 연구는 ’계산’이라는 행위의 본질을 정의하고, 현대 컴퓨터와 인공지능의 이론적 청사진을 완성했다.
3.1 “계산 가능한 수에 관하여” 논문의 등장
1936년, 앨런 튜링(Alan Turing)은 런던 수학회보에 “On Computable Numbers, with an Application to the Entscheidungsproblem”(계산 가능한 수에 관하여, 결정 문제에 대한 응용과 함께)이라는 기념비적인 논문을 발표했다.9 이 논문은 괴델의 작업이 남긴 질문, 그리고 힐베르트 프로그램의 마지막 과제였던 ’결정 문제(Entscheidungsproblem)’에 답하기 위한 시도였다.
당시 ‘계산 가능하다(computable)’ 또는 ’효과적인 절차(effective procedure)’와 같은 말들은 명확한 수학적 정의 없이 직관적으로 사용되고 있었다.11 튜링의 목표는 이 모호한 개념에 대해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엄밀하고 보편적인 정의를 내리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그는 ’계산하는 인간’의 행동을 분석하고, 그 본질적인 요소만을 추출하여 극도로 단순화된 가상의 기계를 고안했다.
3.2 튜링 기계: 계산의 추상적 본질
튜링이 ’a-machine(automatic machine)’이라 불렀고, 훗날 그의 지도교수 알론조 처치(Alonzo Church)에 의해 ’튜링 기계(Turing Machine)’로 명명된 이 추상적 장치는 다음과 같은 요소로 구성된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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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프(Tape): 무한한 길이로 확장 가능한, 셀(cell)들로 나뉜 띠. 각 셀에는 유한한 종류의 기호 중 하나가 기록될 수 있다. 이는 계산을 위한 무한한 메모리에 해당한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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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드(Head): 한 번에 하나의 셀 위를 가리키며, 그 셀의 기호를 읽고(read), 새로운 기호를 쓰고(write), 테이프를 따라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한 칸씩 움직일(move) 수 있다.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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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 기록기(State Register): 기계가 현재 어떤 ’상태(state)’에 있는지를 기록하는 장치. 기계는 유한한 개수의 상태 중 하나에만 있을 수 있다. 튜링은 이를 계산하는 인간의 “마음 상태(state of mind)“를 대체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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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동표(Table of Instructions): 기계의 ’프로그램’에 해당한다. 이 표는 “현재 상태가 q_i이고 헤드가 읽는 기호가 s_j일 때, 기호 s_k를 쓰고, 방향 d_m으로 움직인 후, 상태를 q_l로 변경하라“는 형태의 유한한 규칙들의 집합으로 구성된다. 기계의 모든 행동은 이 표에 의해 완전히 결정된다(determinacy condition).18
이 단순한 모델은 덧셈, 곱셈과 같은 기본적인 산술 연산부터 복잡한 수학 함수 계산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기계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모든 계산을 흉내 낼 수 있다. 아래 표는 튜링 기계의 수학적 정의를 형식화한 것이다.
테이블 1: 튜링 기계의 형식적 정의
| 기호 (Symbol) | 설명 (Description) |
|---|---|
| M = (Q, \Gamma, b, \Sigma, \delta, q_0, F) | 튜링 기계 M은 7개의 요소로 구성된 튜플(7-tuple)로 정의된다. |
| Q | **상태(states)**들의 유한 집합. |
| \Gamma | **테이프 기호(tape symbols)**들의 유한 집합. |
| b \in \Gamma | 공백 기호(blank symbol). 테이프의 비어있는 셀을 나타낸다. |
| \Sigma \subseteq \Gamma \setminus \{b\} | **입력 기호(input symbols)**들의 집합. 계산 시작 시 테이프에 주어지는 기호들이다. |
| \delta: (Q \setminus F) \times \Gamma \to Q \times \Gamma \times \{L, R\} | 전이 함수(transition function). 기계의 행동 규칙을 정의한다. 예를 들어, \delta(q_i, s_j) = (q_l, s_k, R)은 “상태 q_i에서 기호 s_j를 읽으면, 상태를 q_l로 바꾸고, 테이프에 s_k를 쓴 뒤, 헤드를 오른쪽(R)으로 한 칸 이동하라“는 의미이다. |
| q_0 \in Q | 초기 상태(initial state). 계산이 시작되는 상태이다. |
| F \subseteq Q | **최종 상태(final states)**들의 집합. 기계가 이 상태에 도달하면 계산이 멈춘다. |
3.3 보편 튜링 기계(UTM): 저장-프로그램 컴퓨터의 탄생
튜링의 논문에서 가장 혁명적인 부분은 개별적인 튜링 기계의 정의를 넘어, **보편 튜링 기계(Universal Turing Machine, UTM)**라는 개념을 제시한 것이다.9 UTM은 그 자체로 특별한 계산을 수행하는 기계가 아니다. 대신, UTM의 테이프에 다른 임의의 튜링 기계 M의 행동표(프로그램)와 그 기계의 입력 데이터를 적어주면, UTM이 마치 기계 M인 것처럼 그 행동을 그대로 모방(simulate)할 수 있는, 말 그대로 ‘보편적인’ 기계이다.20
이 아이디어의 진정한 천재성은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기 다른 기계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단 하나의 고정된 기계(하드웨어)와 여러 다른 종류의 명령어 집합(소프트웨어)만 있으면 된다는 점을 증명한 데에 있다. 즉, UTM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분리라는 개념을 이론적으로 정립한 것이다. 프로그램(행동표)이 더 이상 기계의 물리적 구조에 고정된 것이 아니라, 데이터와 똑같은 형태(테이프 위의 기호)로, 똑같은 저장소(테이프)에 기록될 수 있는 ’데이터’가 되었다. 이 ‘저장-프로그램(stored-program)’ 개념은 훗날 존 폰 노이만(John von Neumann)이 실제 컴퓨터를 설계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으며 21,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모든 컴퓨터의 기본 작동 원리가 되었다.
UTM의 개념이 없었다면, 우리는 여전히 새로운 과제가 생길 때마다 그에 맞는 새로운 하드웨어 기계를 만들어야 했을 것이다. 유연하고, 학습하며, 다양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범용 인공지능(AGI)이라는 개념 자체가 UTM이라는 이론적 토대 위에서만 상상될 수 있다.
3.4 결정 문제(Entscheidungsproblem)의 해결과 계산의 한계
튜링은 자신의 기계 모델을 사용하여 힐베르트의 결정 문제를 해결했다. 그는 먼저 ’정지 문제(Halting Problem)’라는 간접적인 문제를 증명했다. 정지 문제란, “임의의 튜링 기계 M과 그 입력 I가 주어졌을 때, 기계 M이 입력 I에 대해 유한한 시간 안에 계산을 마치고 멈출(halt) 것인지, 아니면 영원히 멈추지 않을 것인지를 판정할 수 있는 일반적인 알고리즘(즉, 또 다른 튜링 기계)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이다.11
튜링은 귀류법을 통해 그러한 알고리즘은 존재할 수 없음을 증명했다. 만약 정지 여부를 판정하는 기계가 존재한다고 가정하면, 그 기계를 약간 변형하여 자기 자신에 대해 모순적인 행동을 하도록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정지 문제의 해결 불가능성은, 모든 수학적 명제에 대해 참/거짓을 결정하는 기계적 절차가 존재하는지를 묻는 힐베르트의 결정 문제 역시 해결 불가능하다는 것을 의미한다.9 왜냐하면 어떤 명제가 증명 가능하다는 것은 그 증명을 찾아내는 튜링 기계가 언젠가 멈춘다는 것과 동치이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튜링은 괴델과 마찬가지로 계산 가능한 것의 영역에도 명백한 한계가 존재함을 보였다. 그러나 동시에, 그는 보편 튜링 기계라는 개념을 통해 그 한계 내에서 기계가 수행할 수 있는 작업의 범위가 사실상 무한함을 증명했다. 그는 계산의 한계와 보편성을 동시에 정의한 것이다.
4. 추상적 논리에서 물리적 현실로: 클로드 섀넌의 스위칭 회로 (1937)
튜링이 계산의 이론적 모델을 완성했다면, 그 추상적인 기계를 현실 세계의 물리적 장치로 구현할 수 있는 다리를 놓은 것은 미국의 젊은 공학도 클로드 섀넌(Claude Shannon)이었다. 그의 연구는 추상적인 논리의 세계와 구체적인 전기의 세계를 하나로 연결하는 결정적인 통찰을 제공했다.
4.1 MIT 석사 논문: “계전기 및 스위칭 회로의 기호적 분석”
1937년, 21세의 MIT 전기공학 석사과정 학생이었던 클로드 섀넌은 “A Symbolic Analysis of Relay and Switching Circuits”(계전기 및 스위칭 회로의 기호적 분석)라는 제목의 논문을 제출했다.23 이 논문은 훗날 “정보화 시대의 마그나 카르타” 25, “금세기 가장 중요한 석사학위 논문” 23 등으로 불리며, 디지털 회로 설계 분야를 주먹구구식의 기술(art)에서 체계적인 과학(science)으로 격상시킨 기념비적인 업적으로 평가받는다.23
섀넌은 당시 지도교수였던 버니바 부시(Vannevar Bush)의 미분 해석기(Differential Analyzer)를 유지보수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이 거대한 아날로그 컴퓨터는 수많은 전자기 계전기(relay)와 스위치로 구성된 복잡한 제어 회로를 가지고 있었다.27 계전기는 전류가 흐르면 스위치가 닫히고, 흐르지 않으면 열리는 단순한 장치다. 섀넌은 이 복잡하게 얽힌 회로들을 분석하던 중, 학부 시절 수학 과목에서 배웠던 조지 부울(George Boole)의 기호 논리, 즉 **부울 대수(Boolean algebra)**가 이 회로들의 동작을 설명하고 설계하는 데 완벽한 수학적 도구가 될 수 있음을 깨달았다.25
4.2 논리와 회로의 등가성 증명
섀넌의 핵심적인 통찰은 세 개의 전혀 다른 영역, 즉 인간의 형식 논리(부울 대수), 수학의 가장 단순한 체계(이진 산술), 그리고 물리 세계의 가장 단순한 상태(스위치의 on/off) 사이에 완벽한 동형성(isomorphism)이 존재함을 증명한 것이다. 그의 논문은 이 세 영역을 넘나드는 ’로제타 스톤’과 같은 역할을 했다.
그는 먼저 회로의 두 지점 사이의 상태를 **‘Hindrance(저항 또는 방해)’**라는 변수 X로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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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가 닫혀서(closed) 전류가 흐르면, 방해가 없으므로 X=0으로 정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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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로가 열려서(open) 전류가 흐르지 않으면, 방해가 있으므로 X=1로 정의했다.29
이 정의를 바탕으로, 그는 부울 대수의 기본 논리 연산이 전기 회로의 물리적 연결 방식과 정확히 일치함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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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합 (OR, A+B): 두 스위치 A와 B를 **병렬(parallel)**로 연결한 것과 같다. A 또는 B 둘 중 하나라도 닫히면(0) 전체 회로는 닫힌다(0). 섀넌의 Hindrance 표기법으로는 곱셈 X_A \cdot X_B에 해당한다. 0 \cdot 1 = 0, 1 \cdot 0 = 0, 0 \cdot 0 = 0, 1 \cdot 1 = 1이 성립한다.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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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리곱 (AND, A \cdot B): 두 스위치 A와 B를 **직렬(series)**로 연결한 것과 같다. A와 B 둘 모두 닫혀야만(0) 전체 회로가 닫힌다(0). 섀넌의 Hindrance 표기법으로는 덧셈 X_A + X_B에 해당한다. 0 + 0 = 0, 0 + 1 = 1, 1 + 0 = 1, 1 + 1 = 1이 성립한다.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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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정 (NOT, A'): 평상시에는 닫혀 있다가(normally-closed) 전류가 흐르면 열리는 상보적인 계전기를 사용하여 구현할 수 있다.28
이러한 대응 관계는 엄청난 힘을 가졌다. 이제 복잡한 논리적 요구사항을 부울 대수식으로 표현한 뒤, 그 식을 대수 법칙에 따라 가장 간단한 형태로 만들고, 그 결과로부터 가장 효율적인 회로를 직접 그려낼 수 있게 된 것이다.23 반대로, 기존의 복잡한 회로도 대수식으로 변환하여 그 기능을 명확히 분석하고 오류를 찾을 수 있게 되었다. 추상적인 수학이 구체적인 공학 문제의 해결 도구가 된 순간이었다. 아래 표는 섀넌이 증명한 논리와 회로 사이의 유비를 요약한 것이다.
테이블 2: 부울 대수와 스위칭 회로의 유비 (Analogy between Boolean Algebra and Switching Circuits)
| 논리적 개념 (Logical Concept) | 부울 대수 기호 (Boolean Symbol) | 회로 해석 (Circuit Interpretation) | Hindrance 표현식 (Hindrance Expression) |
|---|---|---|---|
| 변수 X (Variable X) | X | 스위치 X (Switch X) | X |
| 거짓 (False) | 0 | 닫힌 회로 (Closed Circuit) | 0 |
| 참 (True) | 1 | 열린 회로 (Open Circuit) | 1 |
| 논리곱 (AND) | X \cdot Y | 직렬 연결 (Series Connection) | X+Y |
| 논리합 (OR) | X + Y | 병렬 연결 (Parallel Connection) | X \cdot Y |
| 부정 (NOT) | $X’` | 상보적 스위치 (Normally-closed Switch) | $X’` |
4.3 디지털 시대의 초석
섀넌의 연구가 갖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튜링이 이론적으로만 제시했던 계산 기계를 실제로 제작할 수 있는 공학적, 논리적 기반을 제공했다는 점이다. 튜링 기계의 ’상태’와 ’기호’는 이제 유한한 개수의 스위치 조합으로, ’행동표’의 규칙들은 스위치들 사이의 논리적 연결(직렬, 병렬)로 물리적으로 구현될 수 있게 되었다.
섀넌은 자신의 이론이 단순한 아이디어에 그치지 않음을 증명하기 위해, 논문의 마지막 장에 이진수로 덧셈을 수행하는 **4비트 전가산기(4-bit full adder)**와 같은 구체적인 디지털 논리 회로의 설계도를 제시했다.26 이는 그의 이론이 즉각적인 실용성을 가졌음을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였다.
결국 섀넌의 업적은 컴퓨터를 신비로운 ’생각하는 기계’가 아니라, 논리의 법칙을 엄격하게 수행하는 물리적 시스템으로 이해할 수 있게 만들었다. 논리 ↔ 이진수 ↔ 회로로 이어지는 이 완벽한 등가성의 사슬은 이후 모든 디지털 기술의 근본 원리가 되었다. 괴델이 형식 체계의 ’천장’을 보여주고, 튜링이 그 안에서 작동할 ’보편적 엔진’을 설계했다면, 섀넌은 그 엔진을 만들 ’부품(논리 게이트)’과 ’조립 설명서(부울 대수)’를 발명한 셈이다.
5. 대중 앞에 선 기계 인간: 웨스팅하우스의 ‘일렉트로’ (1939)
1930년대의 이론적 혁명이 학계의 논문 속에서 조용히 진행되는 동안, 대중의 상상력을 사로잡은 것은 거대하고 실재하는 기계 인간이었다. 1939년 뉴욕 세계 박람회에 등장한 ’일렉트로’는 당시 로봇 기술의 정점이자, 인공 존재에 대한 대중의 기대와 오해를 동시에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례였다.
5.1 1939년 뉴욕 세계 박람회의 스타
미국의 가전 및 전기 회사인 웨스팅하우스(Westinghouse Electric Corporation)는 1937년부터 1938년 사이에 휴머노이드 로봇 ’일렉트로(Elektro the Moto-Man)’를 제작했다.31 그리고 1939년, “미래의 세계(The World of Tomorrow)“를 주제로 열린 뉴욕 세계 박람회에서 일렉트로를 공개했다.31
신장 7피트(약 2.1m), 무게 265파운드(약 120kg)에 번쩍이는 알루미늄 외피를 가진 이 거대한 로봇은 박람회의 최고 스타였다.31 일렉트로는 단순한 자동 인형을 넘어,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것처럼 보이는 다양한 재주를 선보이며 관람객들에게 미래 기술에 대한 경이로움과 기대감을 심어주었다.
5.2 ’일렉트로’의 기능과 작동 원리
일렉트로는 겉보기에는 놀라운 지능을 가진 것처럼 보였지만, 그 내부는 1930년대 기술의 한계와 독창성을 동시에 보여주는 정교한 자동화 기계(automaton)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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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능: 일렉트로는 총 26가지의 정해진 동작을 수행할 수 있었다.33 여기에는 음성 명령에 따라 앞으로 걷기, 팔과 머리를 움직이기, 손가락으로 숫자 세기, 풍선 불기, 심지어 담배에 불을 붙여 피우는 동작까지 포함되었다.31 또한 내장된 78-rpm 레코드 플레이어를 통해 약 700개의 단어를 조합하여 문장을 말할 수 있었다.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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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부 구조: 일렉트로의 몸은 강철로 만들어진 뼈대 위에 알루미늄 외피를 씌운 형태였다. 그 내부에는 각종 모터, 기어, 캠, 체인 등이 복잡하게 얽혀 기계적인 움직임을 만들어냈다.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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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어 시스템 (The “Brain”): 일렉트로의 ’뇌’는 로봇의 몸 밖에 별도로 존재했다. 이 ’뇌’의 핵심은 **48개의 전기 계전기(relay)**로 구성된 제어반이었다.33 이는 바로 클로드 섀넌이 이론적으로 분석하고 체계화했던 스위칭 회로 기술이 실제로 복잡한 자동화 기계를 제어하는 데 사용된 구체적인 사례였다. 각 계전기는 특정 모터를 켜고 끄는 스위치 역할을 하며, 이들의 조합을 통해 미리 프로그래밍된 26가지 동작을 순차적으로 실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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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시스템 (음성 명령과 광전지 눈): 일렉트로가 지능적으로 보이는 가장 큰 이유는 ’음성 명령’에 반응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원리는 음성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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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자가 마이크에 특정 단어(예: “걸어(Walk)”)를 말하면, 음성의 진동이 전기 신호로 변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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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전기 신호는 제어반에 있는 램프의 셔터를 순간적으로 열어 빛을 터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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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자가 말하는 단어의 수와 그 사이의 간격에 따라 빛이 점멸하는 횟수와 패턴이 결정된다. 예를 들어, “하나“는 한 번의 빛 펄스, “둘“은 두 번의 펄스를 생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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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어반에 있는 **광전지 ‘눈’(Photoelectric “Eyes”)**이 이 빛 펄스를 감지하여 다시 전기 신호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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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신호가 증폭되어 48개의 계전기 뱅크 중 특정 조합을 작동시키고, 해당 동작에 연결된 모터를 구동시킨다.33
따라서 일렉트로는 음성의 의미를 해석한 것이 아니라, 특정 횟수의 빛 펄스라는 입력 신호에 대해 미리 정해진 기계적 동작을 출력하는, 정교하게 설계된 자동 응답 기계였던 것이다. 또한 일렉트로의 눈에는 적색과 녹색 빛을 구분할 수 있는 필터가 달린 광전지가 있어, 특정 색깔의 빛을 비추면 “빨강” 또는 “초록“이라고 녹음된 단어를 재생하는 기능도 있었다.32
일렉트로의 사례는 1930년대 말, AI와 로봇 공학 분야에 존재했던 깊은 간극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대중은 일렉트로를 보며 미래의 ’생각하는 인간’을 상상했지만, 기술적 현실에서 일렉트로는 섀넌이 체계화한 ’고정된 논리 회로’에 기반한, 과거 자동화 기술의 정점이었다. 그 프로그램은 하드웨어에 고정되어 있었고, 새로운 작업을 수행할 수 없는 ’전용 기계’였다.
이것이 바로 1930년대의 역설이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로봇은 사실상 기술적 막다른 길을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었다. 반면, 진정한 AI의 미래, 즉 어떤 프로그램이든 수행할 수 있는 ’보편 기계’라는 혁명적인 아이디어는 소수의 학자들만 이해하는 난해한 수학 논문 속에 조용히 잠들어 있었다. 대중에게 보이는 로봇 공학의 길(정교한 자동기계)과, 보이지 않는 계산 이론의 길(보편 기계)은 서로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었고, 훗날 후자가 전자를 압도하며 미래를 정의하게 된다.
6. 결론: 1930년대의 지적 유산과 미래를 향한 질문
1930년대는 인공지능과 로봇 공학의 역사에서 하드웨어의 시대가 아닌, 근본적인 아이디어의 시대였다. 이 시기는 기계가 지능을 가질 수 있는가에 대한 질문에 답하기 전에, ‘논리’, ‘계산’, ’구현’이라는 세 가지 핵심 개념의 본질과 한계, 그리고 가능성이 무엇인지를 정의한 ’이론적 여명기’였다. 10년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일어난 세 가지 지적 혁명은 서로 독립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거대한 서사를 구성하며 오늘날까지 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첫째, 쿠르트 괴델은 ’한계’를 설정했다. 그의 불완전성 정리는 어떤 강력한 형식 체계라도 그 안에서는 증명할 수 없는 진실이 존재함을 보임으로써, ’완벽한 논리적 기계’라는 꿈에 근본적인 제약을 가했다. 이는 기계 지능이 도달할 수 있는 인식의 범위에 영원한 경계선이 존재함을 시사하며, 인간의 직관이나 의식과 같은 비(非)알고리즘적 요소의 존재 가능성에 대한 깊은 철학적 질문을 던졌다.
둘째, 앨런 튜링은 ’보편성’을 정의했다. 그는 ’계산’이라는 모호한 개념을 ’튜링 기계’라는 구체적인 수학적 모델로 정의했다. 더 나아가, 단 하나의 기계(하드웨어)가 무한히 다양한 작업(소프트웨어)을 수행할 수 있다는 ’보편 튜링 기계’의 개념을 창조했다. 이는 기계를 특정 목적에 묶인 도구에서 벗어나, 원리적으로 어떤 문제든 풀 수 있는 범용적 존재로 격상시킨 패러다임의 전환이었다. 현대 컴퓨터와 범용 인공지능의 모든 가능성은 이 ’보편성’이라는 아이디어에서 출발한다.
셋째, 클로드 섀넌은 ’물리적 구현’의 다리를 놓았다. 그는 추상적인 부울 논리가 현실 세계의 전기 스위치 회로와 완벽하게 대응됨을 증명했다. 이 발견은 튜링이 상상한 보편 기계를 실제로 만들 수 있는 구체적인 공학적 청사진을 제공했다. 논리는 이제 스위치의 on/off 상태로, 계산은 전류의 흐름으로 물리 세계에 현현(顯現)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세 가지 발견은 하나의 통합된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다. 괴델이 형식 체계라는 건물의 ’천장’이 어디까지인지를 보여주었다면, 튜링은 그 건물 안에서 가능한 모든 일을 할 수 있는 ’보편적 엔진’을 설계했고, 섀넌은 그 엔진을 조립할 ’부품(논리 게이트)’과 ’설계도(부울 대수)’를 발명한 것이다.
1930년대의 이론적 유산은 오늘날의 딥러닝과 생성 AI 시대에도 여전히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현재의 대규모 언어 모델(LLM)은 튜링의 보편 기계 모델을 질적으로 뛰어넘는 새로운 패러다임인가, 아니면 그저 극도로 복잡하고 거대해진 버전에 불과한가? 인간의 창의성과 직관은 과연 괴델이 암시했던 것처럼, 알고리즘적으로는 결코 완전히 환원될 수 없는 고유한 영역으로 남아있는가? 1930년대라는 이론적 여명기에 던져진 이 근본적인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야말로, 인공지능의 미래를 만들어가는 여정이 될 것이다.
7.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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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obot - Wikipedia, https://en.wikipedia.org/wiki/Robot
- Where does the word ‘robot’ come from? - BBC Science Focus Magazine, https://www.sciencefocus.com/future-technology/where-does-the-word-robot-come-from
- The History of Artificial Intelligence - IBM, https://www.ibm.com/think/topics/history-of-artificial-intelligence
- Who did invent the word “robot” and what does it mean? - Adelaide Robotics Academy, https://www.roboticsacademy.com.au/who-invented-the-word-robot-and-what-does-it-mean/
- The Czech Play That Gave Us the Word ‘Robot’ | The MIT Press Reader, https://thereader.mitpress.mit.edu/origin-word-robot-rur/
- Today in labor history: The term robot is first used - People’s World, https://peoplesworld.org/article/today-in-labor-history-the-term-robot-is-first-us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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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Can you solve it? Gödel’s incompleteness theorem | Mathematics - The Guardian, https://www.theguardian.com/science/2022/jan/10/can-you-solve-it-godels-incompleteness-theor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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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 Symbolic Analysis of Relay and Switching Circuits - Claude E. Shannon - Computer Science, https://www.cs.virginia.edu/~evans/greatworks/shannon38.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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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nsfield’s Mechanical Marvel: The History of Elektro, the Moto-Man - WMFD.com, https://wmfd.com/article/mansfield’s-mechanical-marvel:-the-history-of-elektro,-the-moto-man/20836